아침 회의가 박수로 시작된 날이 있었다.
그 무렵엔 어디를 가도 하이닉스 이야기였다. 뉴스를 틀어도, 밥을 먹으러 가도 누군가는 하이닉스를 말하고 있었다.
손을 든 사람들
“요즘 사람은 두 종류로 나뉜다며? 하이닉스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회의를 열던 사람이 웃으며 물었다. “하이닉스 가지고 있는 사람?” 몇 명이 손을 들었다. 얼마에 샀는지, 지금 얼마가 남았는지는 아무도 묻지 않았다. “야, 축하한다.” 박수가 터졌다.
회의 전에 분위기를 풀려는 말이라는 건 안다. 나도 같이 손뼉을 쳤다. 그런데 손은 치고 있는데 마음이 따라가지 않았다. 오르는 주식을 사고도 손해를 보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안다. 손을 든 사람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그걸 알면서도, 손을 들지 못한 쪽에 앉아 있다는 게 묘하게 신경 쓰였다.
열었다 껐다
회의가 끝나고 엔비디아가 떠올랐다. 몇 년째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그때 샀으면 인생이 바뀌었을 거라는 이야기. 그때도 다들 지금처럼 떠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소리를 듣고도 사지 않은 사람들이 지금 그 전설을 말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이미 지나간 기차였고, 하이닉스는 지금 눈앞에서 출발하는 기차 같았다. 이번에도 구경만 하다가, 몇 년 뒤 또 남의 전설을 듣게 되는 건 아닐까.
괜히 주식창을 열었다. 하이닉스 차트를 보다가 껐다. 일을 하다가 또 열었다. 하루 종일 그랬다. 이번 달 넣을 돈을 거기로 돌리면 어떨까. 매수 버튼 위에서 손가락이 몇 번이나 멈췄다.
적립식으로 바꾸면서 매매일지도 그만 적었다. 숫자를 적기 시작하면 어떤 상상이 따라오는지 이미 알았으니까. 하이닉스 차트를 열었다 껐다 하며, 나는 적지도 않은 일지를 머릿속으로 다시 쓰고 있었다.
팔 이유
결국 누르지 않았다. 대단한 원칙 때문은 아니었다. 겁이 났다. 또 후회할까 봐. 그리고 솔직히, 몰랐다. 하이닉스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나는 몰랐다. 모르니까 안 샀다.
지금 하이닉스를 사면, 단타를 치던 그때와 뭐가 다를까. 남들이 오른다니까 따라 사는 거였다. 그렇게 사면 언제 팔지도 정해야 하는데, 그건 무엇으로 정하나. 차트로? 뉴스로? 옆자리 사람의 표정으로? 남의 이야기를 듣고 산 주식은 결국 남의 이야기를 듣고 팔게 된다. 그 끝이 어디인지는 이미 세 번이나 봤다.
내 적립식은 나스닥에 들어가 있었고, 그것도 그 무렵 오르고 있었다. 그게 그나마 위안이었다. 하이닉스는 내일이라도 팔 이유가 생길 수 있다. 실적 하나, 뉴스 하나면 된다. 그런데 나스닥은 아무리 생각해도 팔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미국이 통째로 무너지기라도 해야 생길까. 어떻게 사느냐가 어떻게 팔게 될지를 이미 정해 두고 있었다.
같은 질문
손은 뗐는데 마음은 떨어지지 않았다. 회사에서 나는 주식 공부를 열심히 하는 사람으로 통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자꾸 물었다. “하이닉스 진짜 없어?”
“에이, 투자는 조용한 데 하는 거지. 다들 떠들 때면 이미 늦은 거야. 난 안 샀어.” 그 말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같은 사람이 한 번 묻고 마는 것도 아니었다. 며칠 뒤 또 물었고, 또 물었다. 묻는 쪽은 지나가는 말이었겠지만, 대답할 때마다 쓰린 건 매번 나 혼자였다. 그렇게 일주일이 심란하게 갔다.
손을 떼는 건 한 번 결심하면 끝나는 일이 아니었다. 같은 질문을 받을 때마다, 박수 소리가 들릴 때마다 다시 떼야 하는 일이었다. 시간을 들여 투자한다는 말이 그제야 조금 이해가 갔다. 시간을 들인다는 건, 그 시간 동안 같은 대답을 몇 번이고 다시 하는 일이기도 했다.
그날 손을 든 사람들이 얼마를 벌었는지는 지금도 모른다. 아무도 묻지 않았으니까. 내 계좌는 그달에도 정해진 날, 정해진 금액을 받아 갔다. 박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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